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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함!.

마징가1234 2024. 10. 1. 10:08

  10년전, 병원에 누워계신 아버지의 상태가 마지막으로 향해가고 있음을 직감했다. 병원에 입원 퇴원을 밥먹듯이 하다보면 지켜보는 가족이 지쳐가는 그 이면에는 돈이 존재한다. 처음이야 "내 부모니까"!라는 생각에 맘이 움직이지만 한 두번이 반복될수록 "내가 아니어도.." 그걸 지나면 "네가 좀 해라"로 바뀌어간다. 형제끼리 다툼이 시작되는것은 슬플것도 없는것이 돈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현실이자! 인간의 본성인것이다.

  병원이라는 본질을 들여다보면 그 또한 그 속내는 상업공간이다. 의료기술자의 집합체라서, 노화로 생긴 건강을 회복시키지는 못해도 그들의 기술로 연명할수는 있는곳이다. 그러니, 부모가 하루라도 더 살아가길 바라는 우리들 맘이 병원과 만나면 생은 길어진다.

  침대에 누워만 있어도 한 해 배당금이 수십억씩 받는 회장님같은 사람들이야 병원이 순기능을 하겠지만, 우리같은 사람들에게는 병원은 양면성을 지닌다. 그래서 탤렌트 김자옥씨의 죽음이 가슴에 와 닿는다.

한때  "공주는 외로워"가 히트를 친적이 있었다. 공주옷을 입고 예능인으로 모습을 드러낼때 잼나게 바라봤던 기억이 있었다. 또한 개인적으로 생애 첫 미팅을 할때 진해여고생에게  난 "공주는 외로워!"음반을 선물했던 기억이 있기에 더더욱 그 분의 죽음을 팬으로써 바라보았었다.

  그녀는 폐암에 걸렸지만, 병원에서 치료받기를 거부하고, 일상을 정상인처럼 영위하다가 죽음을 맞이한 경우라서 인상적이었다. 예전 김혜자님의 "겨울새!"드라마와도 맥이 닿았다.

죽음은 삶의 일부이기에 그 과정을 막을필요가 없는데 조금 더 살아계시길 바라는 욕심에 우리는 병원으로 모신다. 내 아버지도 같았다. 그래서 아버지의 자연스런의 죽음이 길에 막혀 오두가도 못하는 상황이 돼 버린것처럼, 침상에 누워 불편한 생을 이어가는 상황을 감내하고 있었으니, 되돌아간다면 1%도 다시는 그런 선택을 하지 않을것이다.

그날 저녁 가족이 모인 카톡으로 난 주장했다. 이제 그만 놔 드리자고.. 카톡 저 편에서도 흘릴만큼 흘렸어도 또  눈물이 흐르고 있슴을 안봐도 눈에 선했다.  그리고 그 담날 난 병원으로 아버지를 찾아나섰다.

  아버지를 부축해서 일의켜 세워드리니, 아버지가 입을 움직이는게 보였다. 순간, 상업적 영화에 길들여져있는 내 머리속은 한 단어에 꽂혔다.
"유언이다!"
한마디도 놓치않고 잘 들어야한다는 생각뿐이었고 내 눈은 입술만 바라봤다.  

  그러나, 입술만 움직일뿐 아무런 말도 들을수가 없었다. 아버지는 폐가 약해서 돌아가셨다. 소리는 공기가 전달하는 법이다. 폐가 약해 마지막 숨조차 쉬기 버거운데 말을 전달하고 싶어도 전달할 공기량이 채워지지 못하니 소리가 나지 않은것이다. 나는 그 입술에 귀를 대고서 무슨말이라도 듣고 싶었지만 아무 소리도 못듣고 아버지를 떠나 보냈다. 난 그 이후로부터 지금까지 아버지의 마지막말을 상상하기 시작했다. 아마 내가 죽을때까지 상상할것 같다.

무슨말씀을 전하려 했을까?
"어머니를 잘 모시라고?." 아님,
평상시에 발이 달도록 딸 집을 드나들며 애키울때마다 도움주셨듯이 누나들 잘 보살피라고? 뭐지? 뭐지?가 꼬리를 물었다. 사람이 마지막이라면 같은말이라도 경건하고 숭고해지는법이라서 난. 이 답을 찾는게 스트레스였다.



지나고 나서보니, 내가 어려서 읽었던 동화집이 생각이 났다. 많은땅을 가지고 포도농사를 짓던 아버지가 병이들어 죽을때가 되었을때,  항상 땅을 호시탐탐 노리는 아들을 위해서 유언장을 포도나무밑에 놓아두었다라는 유언을  남기고 돌아가셨다. 아들은 유언장에 자신의 땅 지분이 얼마나 될까하고 나무밑을 파보기 시작했는데 어느나무인지를 몰라서 막무가내로 이나무 저나무를 파기시작했다. 너무나도 힘들었지만 땅만 보면 포기할수가 없었다. 그래서 또 이나무 저나무 밑을 파다보니 그 넓은 포도밭을 다 파게되었다. 그래도 유언장은 나오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서 보니, 포도나무밑의 땅을 잘 일궈서 포도나무의 포도가 주렁주렁 열리는걸 보고 아들은 그때서야 아버지의 유언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펑펑 울었다는 줄거리였다.

나도 포도밭의 그 아버지의 아들이 아닌지라는 생각이 미쳤다. 그 마지막말이 가령 어머니를 잘 모셔라라고 뚜렸하게 들었다면 난 그것 하나로 아버지의 뜻을 이뤄드렸다고 자평했겠지만, 어느나무밑인지가 없다보니 난 내 상상속의 말들을 다 실천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러다가 세상을 구원하는 석가모니급 반열의 인물이 될지도!..

  포도나무 아버지가 나무를 특정하지 않았듯 아버지가 마지막말씀을 의도적으로 내 뱉지 않은행위느,  최고레벨이 현명함 아닌지!  난 그 현명함을 유산으로 받았으니, 포도나무아들처럼 펑펑 울기만 하였다.

유언이라함은 그 분이 평상시 하는말속에 들어있으니, 그 평상시 말들이 곧 유언이다!. 

" 현명하게 살어라 "